
이달 들어서만 증시에서 빚으로 산 주식이 강제 청산되는 반대매매 규모가 9000억원을 넘어섰다.
26일 한국금융투자협회 증시자금추이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24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9054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올해 월간 최대치를 넘어선 규모다. 1월 이후 누적으로는 2조 8718억원에 이르러 반기 만에 3조원에 바짝 다가섰는데 이 가운데 31.5%가 6월 한 달에 몰렸다.
올해 반대매매 금액은 1월 2143억원, 2월 2295억원에 머물다가 3월 5508억원으로 한 차례 뛰었다. 이후 4월 2642억원으로 가라앉았던 규모는 5월 7077억원, 6월 9054억원으로 두 달 연속 크게 늘었다. 6월은 거래일이 17일로 22일이던 4월보다 닷새 적은데도 청산 규모가 세 배를 웃돌았고 하루 평균으로도 532억원 청산돼 올해 가장 많았다.
강제청산이 6월에 쏠린 배경에는 이달 초 증시 급락이 있다. 6월 5일 1662억원, 8일 1391억원, 9일 1698억원 등 이른바 '블랙먼데이' 전후 사흘에만 4751억원어치가 청산되며 6월 반대매매의 52%가 이 사흘에 몰렸다. 특히 9일에는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10.5%까지 치솟아 외상으로 산 주식 열 건 가운데 한 건이 강제로 팔려나갔다. 급락장이 가라앉은 뒤에도 청산은 완전히 멎지 않았고 6월 중순 하루 50억~140억원대로 내려앉았던 금액은 24일 다시 1108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외상으로 주식을 산 뒤 결제일까지 대금을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다음 거래일 시초가에 그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거래다. 시초가에 한꺼번에 쏟아져 주가를 끌어내리고 또 다른 청산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번지기 쉽다. 미수거래로 단기 차익을 노린 빚투(빚내서 투자)가 두텁게 깔린 상태에서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 반대매매도 그만큼 불어난다.
반대매매가 늘어난 바탕에는 빚을 내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사정이 있다.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6월 24일 38조 632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이 29조 7542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코스닥시장은 8조 8785억원이었다. 6월 초 급락장에서 반대매매로 일부 청산되며 11일 36조 6565억원까지 줄었던 신용융자는 증시가 반등하자 다시 불어나 보름 만에 2조원 가까이 늘었다. 빚투가 불어날수록 담보가치가 일정 비율 아래로 떨어졌을 때 쏟아지는 강제청산 물량도 함께 커진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국내 10개 증권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를 불러 신용융자와 미수거래에서 비롯되는 반대매매 위험을 투자자에게 명확히 안내하라고 주문했다. 빚투가 빠르게 늘어난 상태에서 증시가 출렁이면 강제청산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금융당국도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증권사 리테일 담당 임원은 "빚을 낸 매수가 워낙 두텁게 쌓여 있어 지수가 조금만 밀려도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나오는 구조"라며 "레버리지 자체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라고 말했다. 반대매매를 당한 투자자는 손실을 확정당한 채 반등 기회마저 잃어 개인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다.
남은 6월 거래일 청산분이 더해지면 올 상반기 누적 반대매매 금액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