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과열을 식히겠다며 미수·신용거래 제한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 상품은 이미 신용거래에서 빠져 있고 증거금도 100% 현금으로 채워야 살 수 있어, 미수든 신용이든 손댈 여지가 별로 없다. 당국이 쥔 규제 카드와 14조원이 몰려든 실제 자금 통로가 따로 노는 셈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두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라며 사실상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최근 증시에 대해 매매 회전율 급등으로 시장 불안정성과 변동성이 심화하고, 특히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거래 쏠림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상품에 대한 우려는 강도가 높았다. 이 원장은 "해당 상품의 극심한 회전율로 증권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라며 "도박판에서 '뽀찌' 뜯는 사람이 돈 많이 버는 모양새가 될까봐 (걱정이다)"라고 했다. 이어 "정작 플레이어는 실익이 없고 관리·운영하는 시스템만 이익을 보는 부분을 개인적으로 심하게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회전율이 높을 때는 200%에 가까웠다면서 증권사가 챙길 매매수수료가 많게는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도입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후회가 더 짙게 묻어났다. 이 원장은 "그때 좀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라며 "홍콩 증시에 상장된 유사 상품으로부터 환류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효과는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고, 부작용은 너무 커져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다"라고 했다. 도입 과정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후회의 근거는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이 제도는 고환율이 이어지던 국면에서 홍콩 등 해외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로 빠져나가던 서학개미 수요를 국내로 되돌린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5월 27일 상장 이후 6월 12일까지 외국인 순매매는 2000억원 순매도에 그쳤고, 순매수의 92.7%인 8조 2000억원은 개인투자자 몫이었다. 같은 기간 유동성공급자(LP) 등 기관은 8조 6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화 환류라는 간판과 달리 개인 자금만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구도다.
과열의 강도도 만만치 않다. 금감원이 18일 발령한 소비자경보 자료를 보면, 상장부터 6월 12일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일평균 매매 회전율은 122.5%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현물 주식(1% 미만)이나 기존 국내 주식형 레버리지·인버스 ETF(30.2%)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합산 시가총액은 상장 직전 4조 5000억원에서 6월 12일 9조 6000억원으로 12거래일 만에 두 배를 넘겼고, 22일에는 14조원을 돌파했다. 소비자경보를 냈는데도 좀처럼 식지 않자, 이 원장은 "최근 금감원이 관련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기도 했지만 '쿨링다운'이 안 되고 있다"라고 했다.
손실은 경고에 그치지 않았다. 6월 초 연속 하락장에서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의 최대 낙폭은 35.9%, SK하이닉스 상품은 38.0%로, 같은 기간 기초자산 낙폭(각각 18.0%, 19.1%)의 두 배에 달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9.92% 빠진 6월 5일에는 관련 상품이 하루 만에 20%가량 주저앉았다. 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개장 직후(오전 9시~9시5분)와 장 마감 직전(오후 3시20분~3시30분)에는 순자산가치(NAV)와 크게 어긋난 값에 체결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문제는 이렇게 달아오른 과열을 직접 식힐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이 원장은 안전조치와 관련해 "신용 관련 부분에 관해 외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이 뭘까를 보고 있다"라며 "미수부터 신용까지 단계별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책 당국과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출시 단계에서 이미 신용거래 대상에서 빠져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상장을 12일 앞둔 5월 15일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와 함께 낸 투자자 유의사항 자료에서 '금융투자회사의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에 따라 레버리지 ETF는 신용거래에서 제외되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고 안내한 바 있다. 미수거래 역시 증거금을 100% 현금으로 채워야 매매가 되는 구조여서 들어설 자리가 없다.
결국 14조원으로 불어난 투자금은 ETF를 담보로 끌어온 빚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이 상품에 빚투가 끼어 있다면 다른 종목을 신용으로 사들여 그 평가액을 굴렸거나,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으로 현금을 마련해 들어온 경우일 텐데, 이런 우회로는 'ETF 신용·미수 제한'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이 원장이 '통계 착시'를 경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차입투자도 굉장히 확대됐지만 시총이 상승하며 비중은 줄어 체감도가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난다"라며 "통계의 착시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일 38조 4786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갈아치웠지만, 막상 원장이 문제 삼은 이 상품은 그 통계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당국이 들여다볼 여지가 남은 쪽은 오히려 공급 측이다. 금감원은 일부 자산운용사의 ETF 사전편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오는 24일 현장검사에 들어간다. 증권사가 기초종목 가격에 영향을 줄 주문을 받으면서 해당 종목 2배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나 종목 리포트 공표 전후 24시간 안에 관련 상품을 자기 계산으로 매매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71조가 금지하는 불건전영업행위에 해당한다. 5월 15일 자료에 이미 정리돼 있던 내용이다. 투자자 쪽 자금줄을 죄기 어려운 만큼, 당국의 칼끝이 운용사·증권사의 거래 관행으로 향할 공산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