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가 가장 높은 우량 차주의 카드론 금리가 한 달 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오를 때 부담이 먼저 쏠리는 쪽은 통상 저신용 차주인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우량 고객의 금리부터 움직였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뛰며 조달 비용이 불어나자, 일부 카드사가 마진 여력이 적은 우량층 금리부터 올린 것으로 보인다..
23일 여신금융협회가 공시한 9개 전업카드사의 5월 신용점수 구간별 카드론 평균금리에 따르면, 900점을 넘는 최우량 차주의 평균금리는 연 11.00%로 전월(10.53%)보다 0.47%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평균금리가 13.58%에서 13.64%로 0.06%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인상분이 우량 구간 한쪽에 몰린 셈이다. 겸영은행까지 포함한 전체 16개사 기준으로도 우량 차주 금리는 0.35%포인트 올라 방향은 같았다.
중·저신용 구간은 같은 기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601~700점 구간 평균금리는 17.21%에서 17.20%로 오히려 소폭 내렸고, 700점 이하 평균금리도 17.24%에서 17.23%로 제자리였다. 801~900점(12.05→12.22%)과 701~800점(14.53→14.58%) 구간 역시 인상폭이 우량 구간의 절반에 못 미쳤다.
우량차주 금리가 오르면서 카드사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900점 초과 구간에서 비씨카드가 8.81%로 가장 낮은 반면 삼성카드는 14.86%로 가장 높아 같은 우량 고객인데도 금리차가 6.05%포인트에 달했다. 4월만 해도 비씨카드(8.32%)와 삼성카드(12.86%)의 차이는 4.54%포인트였는데, 한 달 새 격차가 1.5%포인트가량 더 벌어졌다. 1000만원을 1년간 빌린다고 치면, 어느 카드사를 고르느냐에 따라 이자가 수십만원씩 달라진다.
배경에는 여전채 금리 상승이 있다.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 재원의 상당 부분을 여전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기준물인 금융채Ⅱ(AA+·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연 3.37%에서 올해 3월 말 4.12%로 뛴 뒤 4월 말 4.14%, 5월 말 4.23%로 오름세를 이어갔고, 이달 22일에는 4.36%까지 올라 반년 새 1%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주요 카드사의 평균 조달금리도 1월 3.46%에서 4%대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이 5월 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국고채 금리가 동반 상승한 것도 조달 부담을 키웠다.
다만 카드사들은 통상 4~5개월 전 조달한 자금을 기준으로 대출금리를 매겨 최근의 여전채 급등이 곧바로 카드론 금리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우량차주 금리 인상도 그간 쌓인 조달 부담이 마진 얇은 구간부터 일부 선반영된 결과다.
저신용 차주의 카드론 금리는 이미 법정최고금리(연 20%)에 바짝 붙은 17~18%대여서 더 올릴 여지가 크지 않다. 서민금융 지원 압박까지 더하면 인상은 한층 부담스럽다. 반면 우량 차주는 8~11%대로 금리를 더 받을 여지가 있고, 카드사 간 우량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 마진이 빠듯하다. 조달 비용이 오르면 좁아진 마진으로는 부담을 흡수하지 못해 우량층 금리부터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달 새 인상을 주도한 곳은 삼성·현대카드였다. 4월 12.86%로 이미 우량차주 금리가 가장 높았던 삼성카드는 5월 14.86%로 2.00%포인트를 더 올렸고, 현대카드도 10.84%에서 11.89%로 1.05%포인트 인상했다. NH농협카드는 우량·중신용을 가리지 않고 전 구간 금리를 끌어올린 유일한 곳으로, 전체 평균금리가 13.74%에서 14.48%로 0.74%포인트 뛰었다.
반대로 하나카드(-0.24%포인트)와 KB국민카드(-0.17%포인트)는 우량차주 금리를 되레 낮췄고, 신한카드는 전체 평균금리를 14.31%에서 13.88%로 0.43%포인트 내렸다. 다만 삼성카드처럼 한 달 새 2%포인트가 뛴 경우는 단월 변동폭이 큰 편이어서 취급 구성 변화 등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
저신용 구간으로 가면 시장 자체가 좁아진다. 9개 카드사 모두 5월 중 신용점수 500점 이하 구간에는 카드론 금리를 공시하지 않았고, 비씨카드와 현대카드 등은 501~600점 구간에서도 실적이 잡히지 않았다. 우량·중신용 위주로만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비씨카드처럼 자체 카드 발급 비중이 낮은 곳은 차주 구성이 달라 단순 비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건은 이번 인상이 우량층에 머물지, 중·저신용으로 번질지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가 4%대 중반까지 오른 부담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 그동안 최고금리 천장에 막혀 있던 중·저신용 구간으로도 전가가 확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