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증권사들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4조원대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자기 돈으로 자산을 굴리는 자기매매에서는 파생상품에서만 5조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
강세장이 1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헤지(위험회피) 운용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도 주식 거래대금 폭증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이를 가리면서 증권가 안팎에서는 '반쪽 호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증권사 61곳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 3271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 4428억원)보다 77.1% 늘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132.6% 증가했다. 한 분기 만에 작년 연간 순이익(9조 6455억원)의 45%가량을 벌어들였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과 달리 자기매매 내역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1분기 자기매매손익은 4조 10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늘었지만, 파생 관련 부문에서는 4조 9817억원의 손실이 났다.
파생 손실은 분기를 거듭할수록 불어나고 있다. 작년 1분기 1조 421억원이던 손실 규모는 작년 4분기 3조 8056억원으로 커졌고, 올해 1분기에는 4조 9817억원에 달했다. 1년 만에 적자가 다섯 배 가까이로 늘었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한 해 2399에서 4214로 75% 넘게 올랐고 올해도 3월 말 5052까지 19.9% 더 뛰었다. 강세장이 길어질수록 파생 장부의 적자도 따라서 깊어졌다.
지수가 오르는데 파생에서 손실이 나는 것은 증권사 파생 포지션의 상당수가 헤지 목적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과 상장지수증권(ETN)을 발행하거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LP) 업무를 맡으면서 떠안은 위험을 선물·옵션으로 상쇄한다. 시장이 한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면 이 과정에서 비용이 커진다. 금감원도 1분기 파생 손실 확대의 배경으로 헤지운용손실 증가를 꼽았다.
실제 주식·펀드 관련 손익(ETF 포함)은 전년 동기보다 7조 2046억원 늘었지만 파생에서 3조 9396억원, 채권에서 2조 2993억원이 깎이면서 자기매매 순증가분은 9658억원에 그쳤다. 채권에서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95%에서 3.55%로 오르면서 평가손이 났다. 자기매매에서 늘어난 이익의 대부분을 파생과 채권에서 도로 내준 셈이다.
파생 헤지 손실은 ELS·ETN 발행과 ETF 유동성공급을 주도하는 대형사에 집중되는 구조다. 다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등 대형사는 자기매매와 대출 손익을 고르게 늘려 충격을 흡수한 반면, 위탁매매에 실적을 의존한 중소형사는 체력이 달린다. 중형사 15곳의 평균 순자본비율은 작년 말 467.4%에서 올해 3월 말 453.5%로 석 달 새 오히려 하락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떠받친 것은 위탁매매였다. 1분기 수수료수익은 6조 69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9% 급증했는데, 대체거래소(ATS)를 포함한 유가증권시장 분기 거래대금이 641조원에서 2775조원으로 333% 불어나면서 수탁수수료가 4조 3020억원으로 165.8% 뛰었고, 수수료수익 증가분의 대부분을 여기서 채웠다. 반면 기업금융(IB) 부문 수수료는 9445억원으로 전년과 사실상 같은 수준(+0.1%)에 머물렀다.
이런 수수료 특수가 2분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거래대금이 1년 새 세 배 이상 불어난 것은 강세장이 만든 현상으로, 지수가 꺾여 거래가 식으면 실적을 떠받치던 토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3월 말 1513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2분기 들어 더 오르면서 이미 적자로 돌아선 외환손익(1분기 4572억원 손실)이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와 환율·시장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유동성 규제체계 개편 등 리스크 관리를 계속하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