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는 같은 차, 같은 운전자라도 어떻게 가입하고 무엇을 챙겼느냐에 따라 생각보다 크게 갈린다. 받을 수 있는 할인을 놓치거나, 보험료가 오르내리는 구조를 오해해 괜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손해보험협회 '소비자 상담 주요 사례집'으로 보험 상식을 짚는 두 번째 순서는 자동차보험 가입과 보험료를 둘러싼 오해다.
◆ 안전장치 할인, 가입할 때 신청해야 효력이 생긴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차선이탈경고장치, 전방충돌감지장치 같은 안전장치를 단 사실을 빠뜨려 할인특약을 적용받지 못한 한 운전자는 뒤늦게 이를 신청해 지난 보험기간 보험료 차액을 돌려받으려 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기간의 할인은 소급해서 받기 어렵다.
안전장치 할인특약은 가입자가 청약하면서 할인을 요청하고, 보험사가 장착 사진 같은 증빙을 확인해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효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가입 당시 보험사가 증빙을 확인하고 승낙한 적이 없으면 소급 적용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소급 여부는 보험사 정책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어 해당 보험사에 정식으로 문의해볼 필요는 있다. 결국 차선이탈·사각지대 경고, 자동긴급제동, 후방 영상장치처럼 할인 대상이 되는 장치를 달았다면 곧바로 보험사에 알리고 특약에 가입해두는 편이 낫다.
◆ 다이렉트라고 항상 싼 건 아니다
설계사를 거치지 않는 다이렉트가 보험비교사이트보다 싸다는 통념은 절반만 맞다. 모집수당이 빠지는 만큼 다이렉트 보험료가 낮은 게 보통이지만, 손해율이 올라간 일부 다이렉트는 비교사이트보다 비싸게 나오기도 한다.
비교사이트는 보험료 산출까지는 자동이어도 가입 단계에서는 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붙고, 그 수당이 보험료에 얹힌다. 그렇다고 다이렉트로 가자니 계약 조건을 일일이 직접 입력해야 하고, 회사별 보험료를 견주려면 홈페이지를 하나하나 돌아다녀야 한다.
손보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함께 운영하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이 수고를 줄여준다.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여행자보험 등 여덟 가지 상품의 보험료를 한자리에서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마음에 드는 회사로 넘어가 바로 가입할 수 있다.
◆ 사고 한 번에 보험료가 왜 그렇게 오르나
10년 무사고였던 한 운전자는 지난해 단독사고로 자차 처리를 했지만 손해액이 200만원 한도 안이라 할증이 없을 줄 알았다가 갱신 때 보험료가 30% 넘게 올라 당황했다. 자동차보험의 할인·할증은 사고 규모에 매기는 점수와 사고 건수 자체에 매기는 요율, 두 갈래로 작동한다.
이 운전자처럼 물적사고가 할증기준금액(가입 때 50만~200만원 중 선택) 이하여서 규모 점수가 거의 없더라도, 사고 이력이 한 건 남았다는 사실만으로 사고건수요율이 올라 보험료가 뛴다. 소액 사고라면 받은 보험금을 반납하고 사고 처리를 취소하는 '환입제도'로 할증을 피할 수 있는데, 계약이 갱신된 뒤에는 보험금을 돌려줘도 할증이 정정되지 않으니 환입은 갱신 전에 마쳐야 한다.
과실이 적은 피해자라면 할증 부담은 다소 덜하다. 2017년 9월 이후 사고부터 과실비율 50% 미만 피해자는 최근 1년 사고 한 건을 사고내용 점수에서 빼주기 때문에, 과실이 30%든 20%든 모두 50% 미만이라면 이 점에서는 할증이 같다. 다만 사고가 전혀 없는 운전자와 구별하기 위해 3년 동안은 할인을 유예한다. 고가 차량과 부딪친 저가 차량 운전자의 억울함을 덜어주는 장치도 있다. 과실이 적은 저가 차량이 비싼 수리비 탓에 외려 더 많은 돈을 물어주는 일이 잦았는데, 2023년 7월부터는 저가 피해차량이 배상한 금액이 고가 가해차량의 세 배를 넘고 200만원을 초과하면 피해차량의 할증은 유예하고 가해차량에 점수를 더 매겨 할증한다.
◆ 가입할 때 챙기면 보험료가 줄어든다
차를 두 대 이상 굴린다면 만기일을 맞춰 하나의 증권으로 묶는 동일증권이 대체로 유리하다. 차를 따로 가입하면 한 대에서 난 사고 점수가 같은 운전자의 다른 차에도 그대로 붙지만, 동일증권으로 묶으면 그 점수를 차량 대수로 나눠 매겨 할증 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차량별로 더 싼 보험사를 따로 고를 수 없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차를 사기 전 쏘카 같은 카셰어링이나 렌터카를 장기 계약으로 빌려 몰았다면 그 운전경력도 보험가입경력으로 인정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임대차계약서와 임차료 납입 내역을 내면 되는데, 2024년 6월부터 적용된 제도로 하루나 몇 시간 단위로 빌려 탄 경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스물다섯 살 자녀가 생애 첫 차를 사며 보험료가 훌쩍 뛴다면, 차를 부모와 공동명의로 등록한 뒤 부모를 기명피보험자로 해 부모의 기존 할인등급을 적용받는 방법이 있다. 이때 자녀를 가입경력 인정자로 함께 등록해두면, 나중에 자녀가 본인 명의로 가입할 때 그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받아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다음 회에서는 자동차 사고 이후 보상 단계에서 자주 부딪치는 쟁점을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