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회사 내부 호재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방송사 공시담당 직원과 그 부친에게 이득 규모를 웃도는 과징금 10억 8000만원을 물렸다.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에 과징금을 매기는 제도가 시행된 뒤 두 번째 부과 사례로, 검찰의 형사처벌에 앞서 행정제재부터 확정한 경우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0일 제11차 정례회의를 열고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금지 의무를 위반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들에게 과징금 약 10억 80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증선위는 올해 1월 첫 정례회의에서 이들을 검찰에 고발·통보했고, 이후 검찰과 협의를 거쳐 이번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조사 결과 코스피 상장 방송사의 재무팀에서 공시 업무를 맡았던 A씨는 회사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와 콘텐츠 공급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미공개 정보를 입수한 뒤 2024년 10∼12월 주식을 사들였다. A씨는 같은 정보를 부친 B씨에게도 넘겨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매수하도록 했다. 이렇게 A씨가 챙긴 부당이득은 약 8억 5000만원으로, 증선위는 여기에 이득보다 많은 10억 40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부친 B씨에게도 부당이득(약 2000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3940만원이 부과됐다. 관련 규정상 부당이득이 2000만원에 못 미치면 과징금을 면제할 수 있지만, 증선위는 법정 최고 비율을 적용해 제재 수위를 끌어올렸다. 두 사람이 챙긴 전체 부당이득 8억 7000만원 가운데 단기매매차익 5억 1000만원은 이미 반환됐다.
미공개·시세조종·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는 그동안 형사처벌로만 다스릴 수 있었다. 혐의자가 챙긴 불법 이득을 신속히 환수하고 주가 조작의 유인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2024년 1월 과징금 제도가 도입됐고, 지난해 9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상장사 직원에게 처음 부과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원칙적으로는 수사 결과가 확인된 뒤 과징금을 매기지만, 사안이 중대하고 신속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검찰과 협의해 형사처분 전 부과를 결정했다. 향후 형사 절차 결과에 따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부당이득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이 더해질 수 있다.
증선위는 "불공정거래로 얻은 불법 이득은 끝까지 추적·환수해 '주가조작은 곧 패가망신'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겠다"라며 "특히 언론사 임직원이나 공시담당자처럼 미공개 중요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직군의 위반 행위는 더욱 엄격하게 제재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본시장에서 불법으로 부를 쌓겠다는 발상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지급정지와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명령, 임원 선임 제한명령 등 지난해 4월 도입된 비금전 제재 수단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