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선(先)예매와 전용 굿즈 구매 기회를 앞세워 K팝 팬덤 플랫폼이 수익 모델의 핵심으로 키워 온 유료 멤버십이 규제 변수를 만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엔터테인먼트사 18곳과 팬덤 플랫폼 6곳 등 24개 사업자의 팬클럽 유료 멤버십 약관에서 8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적발해 자진 시정하도록 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가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것은 환불 제한 조항이다. 빅히트뮤직과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은 그간 가입 후 7일이 지나거나 혜택을 한 번이라도 이용하면 환불을 막아 왔다. 앞으로는 7일 안에 이용 내역이 없으면 전액을 돌려주고, 그 이후에는 위약금(통상 가입비의 10%)과 이용 금액을 공제한 잔액을 환불해야 한다. 가입 시기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달라지는데도 중도 탈퇴를 가로막는 것은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고 공정위는 봤다.
소비자 보호 조치로 보이지만 엔터·플랫폼 업계가 받아들이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환불이 막혀 있던 선불 멤버십은 그동안 팬덤 플랫폼의 수익 기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는 만성 적자였던 플랫폼 사업을 디지털 멤버십과 광고 유료화로 돌려세웠고, 지난해 3분기에는 누적 순이익 흑자를 냈다. 2024년 코스닥에 상장한 노머스도 팬덤 플랫폼 '프롬(fromm)'의 구독형 반복매출을 실적 개선의 동력으로 삼아 왔다. 1분기 영업이익 40억원도 이 구독 모델에서 나왔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특정 아티스트의 멤버십에 가입하려면 그 아티스트가 입점한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대체재를 찾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증권가가 위버스의 기업가치를 설명할 때 들어온 '대체 불가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규제 당국은 소비자를 묶어두는 락인(lock-in)으로 읽었다. 반복매출과 구독, 락인으로 기업가치를 설명해 온 엔터테크 업계로서는 새로운 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멤버십 운영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다. 하이브는 위버스, 노머스는 프롬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지만, JYP엔터테인먼트는 유료 멤버십 운영을 블루개러지(팬즈 운영사)에 맡기고 있다. 자체 운영과 위탁이 섞여 있어 환불 정산 시스템을 누가 구축하고 약관 책임을 어디까지 지느냐를 두고 사업자별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엔터 산업 특유의 위험을 사업자가 약관으로 떠넘기지 못하게 한 것도 이번 시정의 한 부분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멤버 추가·탈퇴·교체로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게 돼도 회사 귀책이 아니라며 환불을 거부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CJ E&M은 이용 장애나 서버 침해에 따른 책임을 폭넓게 면제했다. 공정위는 아티스트 탈퇴처럼 사업자 관리 영역에서 비롯된 사유까지 일률적으로 면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서비스 중단 사유도 '경영상 이유' 같은 추상적 표현 대신 회사 분할·합병, 영업양도·폐지, 사업 종료, 아티스트 전속계약 종료 등으로 구체화하도록 했다.
다만 실적에 미칠 충격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팬클럽 유료 멤버십 가격이 모두 5만원 미만이고,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6월 내놓은 실태조사에서도 3만~5만원대가 63.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격대가 낮은 만큼 환불 충당금이나 이연수익 인식 부담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환불 조항은 혜택별·경과 기간별로 이용 금액을 자동 산정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해 연내 시행되며, 나머지 7개 유형은 이른 시일 안에 고쳐진다.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엔터·멤버십 약관을 잇따라 들여다본 결과 중 하나다. 지난해 5월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 23개사, 올해 5월 예술의전당·인터파크 등 공연 유료 멤버십 19개사를 손본 데 이어 세 번째다.
곽고은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K팝 시장의 외연이 세계적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팬클럽 유료 멤버십의 불공정 약관을 선제적으로 점검했다"라며 "팬덤 규모에 걸맞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질서를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