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보험까지 업권별 간담회를 잇따라 연다. 원·달러 환율이 1550원 선을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고환율 대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환율을 밀어올린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과 미·이란 종전 협상 교착은 당국이 직접 손댈 수 없는 대외 변수다. 환율을 끌어내릴 카드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금융회사부터 불러 모으자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시장 안팎에서 나온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은행권을 우선 소집한 뒤 증권·보험 등으로 대상을 넓혀가는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 7일 재정경제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감원 등 거시경제·금융정책을 책임지는 'F4' 기관장이 예정에 없던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었고, 8일에는 금융위가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관계자를 불러 시장교란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당부했다. 구두개입에 그쳤던 대응이 사흘 만에 검사와 업권별 점검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은행권 간담회에서는 F4가 지난 7일 내놓은 메시지가 거듭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투기적 수요가 키운 과도한 변동성과 한 방향 쏠림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국은 달러예금처럼 원화 약세에 편승하는 상품 수요가 과열되지 않도록 은행권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환율이 과도하게 뛰어 현물환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문제도 들여다본다. 원화 약세를 노린 투기 거래나 시장교란 행위가 있었는지는 한은·금감원 검사로 가린 뒤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
증권·보험으로 넘어가도 주문의 결은 다르지 않다. 달러와 해외 자산으로 쏠리는 돈을 자제시키라는 주문이다. 증권업계에는 환율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자 보호에 신경 쓰라며, 지나친 해외투자 마케팅을 자제하고 환 변동 위험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 점검하라고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는 보험료와 보험금을 달러로 주고받는 달러보험 판매가 급증하면서 불완전판매가 늘 수 있다고 보고, 신규 해외투자를 무리하게 늘리지 말라는 당부가 나올 수 있다.
이런 대응을 두고 시장에서는 진단과 처방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8일 보고서에서 최근 원화 약세를 재정이나 외환건전성의 문제가 아니라 올해에만 800억달러를 넘어선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이끈 결과로 봤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증시가 오를수록 외국인이 쥔 시가총액이 불어나 차익 실현 매도도 커지는, 호재가 약세를 부르는 구조라는 진단이다. 환율을 움직이는 축이 미국 금리와 외국인 자금에 있는 만큼 검사와 협조 요청으로는 변동성의 가장자리만 건드린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외자 이탈에 맞설 카드가 마땅찮다"라며, "7월 금융통화위원회 전까지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연속 금리 인상이나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까지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역외 NDF 거래나, 기업이 수입대금 결제를 앞당기고 수출대금 회수를 미루는 행위는 단기 수급을 한쪽으로 몰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당국이 검사 카드를 꺼낸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8일 금융위 간담회에서 역외 NDF 거래를 국내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4년 7월 거래시간 연장 이후 역내 정규장 변동성이 NDF보다 낮아져 갭 리스크가 절반 넘게 줄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국은 환율 수준을 직접 방어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잡으려는 것은 레벨이 아니라 과도한 변동성과 쏠림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권을 옮겨가며 금융사를 잇따라 부르는 모습이 시장을 억누르려는 압박으로 읽히면서, 환율 방어를 앞세운 관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보고 24시간 시장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