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위조한 진단서 들고 1.5억…금융당국, 신종 보험사기 차단 나선다

  • 등록 2026.06.04 15: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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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TF' 출범
작년 적발만 1조 1571억원, 숨은 사기까지 9조 추산

 

의료기관과 정비공장, 브로커와 모집인이 조직적으로 결탁한 보험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 기술까지 동원되고 있다. 보험 가입부터 사고 처리, 보험금 청구까지 전 과정에서 서류를 위·변조하는 신종 수법이 잇따라 적발되자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4일 김진홍 금융산업국장 주재로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겸한 보험조사협의회를 열었다. 보험조사협의회는 보험업법 제163조에 근거해 정부와 유관기관이 운영하는 협의체다. 이날 회의에는 경찰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기관과 생명·손해보험협회가 함께했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는 1조 1571억원에 달했다. 2021년 9434억원에서 해마다 늘어 2022년 처음 1조원을 넘어선 뒤로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적발되지 않은 사기까지 합치면 규모가 9조원에 이를 것으로 당국은 본다. 분야별로는 실손·건강보험을 아우르는 장기손해보험이 44.7%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보험(22.4%), 생명보험(21.8%), 일반 손해보험(11.2%)이 뒤따랐다.

 

당국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것은 생성형 AI를 악용한 위·변조다. 예전에는 영수증이나 진료기록을 손으로 오려 붙이거나 포토샵으로 손본 경우가 많아 폰트와 자간의 미세한 변화로 위조를 가려낼 수 있었다. 반면 생성형 AI는 이미지의 픽셀 자체를 새로 그려내 이런 물리적 단서가 남지 않는다. 위조 파일을 인쇄했다가 다시 찍는 작업을 거듭하면 적발은 더 까다로워진다.

 

적발 사례를 보면 수법은 이미 상당히 정교한 단계에 들어섰다. 부산의 20대 A씨는 병원에서 받은 입·통원 확인서를 사진으로 찍어 생성형 AI에 올린 뒤 입원·퇴원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식으로 서류를 조작했다. 이렇게 만든 위조 서류로 2024년 7월부터 1년 가까이 11개 보험사에 보험금을 반복 청구해 1억 5000만원을 챙겼고, 부산지법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으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진단서를 AI로 손질하고, 병원에 가지도 않고 치료받은 것처럼 진료비 계산서를 꾸민 사례도 함께 적발됐다.

 

해외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국 BBC는 지난 4월 2025년 영국의 보험사기가 1년 새 71% 늘었고 AI를 이용한 청구서류 조작이 주된 원인이라고 전했다.

 

신용정보원과 보험개발원, 개별 보험사도 AI 탐지 시스템을 각자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마다 칸막이가 쳐져 있고 대응이 따로 노는 탓에 실시간 정보 공유 같은 협업은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AI 위·변조를 걸러내려면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이 쥔 원천 데이터와 맞춰보는 교차검증이 필수인데, 그 토대 역시 아직 부실하다.

 

정부는 이 빈틈을 메우려 TF를 법·제도, 데이터, 인프라 3개 분과로 나눠 가동하기로 했다. 보험사기 혐의 정보를 모아 선별적으로 공유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위·변조를 검증할 원본 대조 체계를 손보며, AI로 사기 패턴을 분석해 위험지수를 만드는 방안을 들여다본다. 신용정보원의 'AI 기반 인슈어테크 플랫폼'은 전 보험권이 함께 쓰는 통합 인프라로 키울 방침이다. 다만 체계를 고치는 과정에서 성실한 보험계약자의 개인정보와 권익이 다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도 못 박았다.

 

금융위는 석 달간 TF를 돌려 9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방안'을 내놓고, 10월부터 법령 개정과 플랫폼 고도화 등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낸다.

 

김진홍 국장은 "AI 기반 방지체계를 제대로 갖추면 사전 예방과 실시간 탐지, 사후 조치까지 전방위로 보험사기를 줄여 보험산업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다"라며 "보험료 인하와 건강보험 재정 누수 차단으로 그 혜택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이성태 stlee@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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