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27일 상장된다. 상장을 하루 앞두고 사전 심화교육 수료자가 10만명에 이를 만큼 시장은 달아오른 분위기지만, 금융당국이 사전교육 자료에 함께 실은 미국 한 종목의 1년 성적표는 이 상품의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사전 심화교육에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약 한 달 사이 예비 투자자 10만명이 신청했고, 이 가운데 9만 3000명(일평균 3880명)이 수료했다. 일반·심화 각 1시간씩 총 2시간의 온라인 교육과 기본예탁금 1000만원 예치는 신규 투자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27일 상장되는 상품은 8개 운용사의 ETF 16개와 미래에셋증권의 상장지수증권(ETN) 2개 등 모두 18개이며, 신용거래 대상에서는 빠진다.
당국이 공개한 사례 종목은 미국 시장에 상장된 'T사'다. 이 종목은 2025년 1월부터 1년간 18% 올랐다. 단순 계산이라면 2배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는 36% 안팎의 수익을 봐야 한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같은 기간 2배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은 마이너스 20%, -2배 인버스 상품은 마이너스 80%로 집계됐다. 기초자산 주가가 분명히 올랐는데도 레버리지 투자자만 손실을 떠안은 것이다.
T사 주가가 1년 동안 18% 오르는 과정이 일직선이 아니었다는 게 이유다. 당국이 공개한 차트를 보면 이 종목은 연중 한 차례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뒤 후반에 회복했다. 출발점과 도착점만 따지면 18% 상승이지만, 그사이 등락 폭이 컸던 탓에 매일 재계산되는 레버리지 상품의 원금은 계속 줄어들었다. 일간 변동성이 큰 종목일수록 음의 복리효과는 가팔라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변동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최근 1년 사이 8.87% 급등한 다음 날 4.21% 하락하는 등 일간 변동 폭이 두 자릿수에 근접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52주 최고가와 최저가 격차도 10배 가까이 벌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같은 외부 변수에 따라 단기 등락이 잦은 종목들이다. 1년이 지나 누적 수익률이 플러스로 마무리되더라도, 그 과정의 변동성이 크면 레버리지 상품 보유자는 손실을 볼 수 있다.
단기 급락 위험도 변수다. 당국은 영국 런던거래소에 상장됐던 단일종목 3배 레버리지 상품이 기초자산 39% 급락으로 단 하루 만에 투자금 전액을 잃고 상장폐지된 사례도 함께 공개했다. 양자컴퓨팅 관련 종목이었는데,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신중론 한마디에 기대심리가 무너지며 순자산가치(NAV)가 통째로 잠식됐다. 국내는 ±2배까지만 허용돼 같은 일이 그대로 재현되긴 어렵지만, 가격제한폭 ±30%를 감안하면 2배 상품도 이론적으로는 하루 60% 손실이 가능하다.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이 벌어지는 '괴리율의 함정'도 무시할 수 없다. 일시적으로 고평가된 시점에 매수하면 차익거래로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추가 손실을 본다. 당국은 매수에 앞서 한국거래소 통계 사이트에서 괴리율을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일반 ETF와 다른 대접을 받는다. 분산투자 효과가 없는 만큼 실질이 개별주식이나 개별주식 선물에 가깝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품명에서 'ETF' 표기가 금지되고 '단일종목'을 명시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장법인 임원과 주요주주가 이 상품을 거래하면 자본시장법상 '특정증권등'에 해당해 6개월 내 매매차익 반환, 소유상황 보고, 거래계획 사전공시 의무가 따라붙는다.
금융투자회사 임직원도 일반 ETF와 달리 단일 계좌 사용, 매매 전 사전승인, 5영업일 이상 보유, 연간·누적 투자한도 제한 같은 강화된 내부통제를 적용받는다. 증권사가 주가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주문을 받으면서 같은 종목의 ±2배 상품을 매매하거나, 리서치 리포트 공표 후 24시간 이내에 해당 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거래하는 행위도 불건전영업행위로 묶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