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신용점수를 가진 차주라도 어느 카드사에서 카드론을 받느냐에 따라 금리가 4%포인트 넘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도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통념과 달리 카드사별 정책 차이가 차주의 이자 부담을 크게 갈라놓고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20일 공시한 9개 카드사의 4월 신용점수 구간별 카드론 평균금리를 보면, 900점을 넘는 최우량 차주의 경우 비씨카드가 연 8.32%로 가장 낮았다. 우리카드(8.52%)와 롯데카드(10.50%)가 뒤를 이었고, 삼성카드는 12.86%로 가장 높았다. 같은 우량 고객인데도 카드사 간 금리가 4.54%포인트(p)나 벌어진 것이다.
격차는 우량 구간에서도 이어진다. 801~900점 구간에서는 롯데카드(11.37%)와 하나카드(12.80%) 사이에 약 1.4%포인트 차이가 났다. 중신용 구간인 701~800점에서도 하나카드(14.22%)와 우리카드(15.28%) 사이에 1%포인트 넘는 격차가 확인됐다. 600점대로 내려가면 하나카드 15.93%와 롯데카드 17.80%의 차이가 1.87%포인트까지 벌어진다.
4월 평균금리 기준으로 봐도 카드사 간 차이는 뚜렷하다. 비씨카드의 카드론 평균금리가 11.24%인 데 비해 신한카드는 14.31%로 3%포인트 이상 높다. 1000만원을 12개월에 걸쳐 빌린다고 가정하면 이자 부담이 수십만원 단위로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별 조달금리와 리스크 관리 전략, 우량 고객 유치 정책의 차이가 이런 격차를 만든다고 본다. 다만 비씨카드처럼 자체 카드 발급 비중이 낮은 곳은 차주 구성 자체가 다른 카드사와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신용 구간으로 가면 시장 자체가 좁아진다. 9개 카드사 모두 4월 중 신용점수 501점 미만 구간에는 카드론 금리를 공시하지 않았다. 사실상 영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씨카드와 현대카드는 501~600점 구간에서도 실적이 잡히지 않았다.
한편 9개 카드사의 4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 9830억원으로 전월보다 112억원 줄며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연초 영업 효과가 잦아든 데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1.0~1.5% 수준에서 관리하라고 주문한 영향이 겹쳤다. 카드론을 갚으려고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 잔액은 1조 5983억원으로 오히려 늘어, 차주들의 상환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카드론을 알아보는 소비자에게 여신금융협회의 비교공시 자료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동일한 신용등급이라도 카드사를 한 번 더 비교하는 것만으로 적지 않은 이자를 아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