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론 고개…채권투자 전략, 어떻게 바꿔야 하나

  • 등록 2026.05.12 08: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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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듀레이션은 짧게, 만기 분산, 한 방향 베팅은 피할 것" 조언
FRN과 단기 회사채, 현금성 자산은 이자 수익 보완하는 도구

 

채권시장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연초만 해도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기대가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국 기준금리는 당시 2.5%에서 올해 4분기 2.13%까지 1~2회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블룸버그는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하락 압력이 약해지고 상승 요인이 쌓이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인하 사이클의 끝자락에서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가장 주목받은 발언은 한은 안에서 나왔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이 공개적으로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최근 들어 이례적이다.

 

다만 유 부총재는 곧바로 신중한 단서도 달았다.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얼마나 더 파급될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금리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은행권 시각도 갈린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투자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과반인 3개 은행 전문가는 하반기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국제유가 강세와 고환율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적된 데다, 1분기 깜짝 성장으로 경기 눈높이까지 올라간 점이 근거다. 하반기 1~2회, 총 0.25~0.50%포인트 인상 시나리오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취약 차주의 연체와 내수 부진을 감안하면 인상 명분이 약하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1.25%포인트나 벌어진 만큼 한은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시각을 가진 쪽에서는 내년까지 연 2.50% 동결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배경에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중동발 유가 충격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다.

 

유 부총재는 "반도체 사이클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좋아지고, 정부 부양책으로 소비 심리도 많이 살아났다"고 진단했다. 성장률은 예상보다 버티고, 물가는 다시 압박을 받는 그림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조합이다.

 

 

미국 사정도 비슷하게 복잡하다. 관세발 인플레이션과 견고한 임금 상승률이 맞물리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3~4.4%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정적자 부담도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과 미국이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방향, 즉 금리 상승 압력을 가리키고 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채권 투자자에게는 경고음이라는 점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시장에 새로 나온 채권이 연 4% 이자를 준다면, 이미 시장에 풀려 있던 연 3% 이자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 결국 3% 채권을 팔려는 사람은 가격을 낮춰야 한다. 금리가 오르면 손에 든 채권 값이 떨어진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떨어질까. 이를 가늠하는 잣대가 듀레이션(Duration)이다.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일 때 채권 가격이 몇 %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듀레이션이 1년인 채권은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격이 1% 떨어진다. 듀레이션이 10년이면 같은 조건에서 10%가 떨어진다. 1억원어치를 들고 있었다면 100만원 손실이냐, 1000만원 손실이냐의 차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만기가 길수록 돈이 묶이는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그 사이 더 높은 금리의 채권이 새로 나올 가능성, 발행회사가 부실해질 가능성,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모두 누적되고, 시장은 그 위험을 가격에 반영한다. 만기 3년짜리 회사채와 30년짜리 국고채가 같은 금리 변화에 전혀 다르게 흔들리는 이유다.

 

쉽게 말해 만기가 긴 장기채일수록 금리 변화에 크게 흔들린다. 30년 만기 국고채에 투자하는 장기채 ETF가 유독 출렁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로 1년 미만 단기채는 금리가 움직여도 가격이 거의 꿈쩍하지 않는다. 안전한 대신 이자는 적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 전략 1: 듀레이션부터 줄여라

가장 기본은 단기채로 옮겨 가는 것이다.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면 만기가 짧은 채권으로 갈아타는 편이 낫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그 폭이 장기채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기관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과거 금리 상승 국면에서 국내 26개 증권사 평균 듀레이션은 0.78년까지 줄었고, 이 중 77%인 20개사가 듀레이션을 1년 이내로 묶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흔들릴 때는 일단 짧게 들고 가는 것이 오래된 정석이다.

 

다만 무작정 짧게만 가져갈 수는 없다. 듀레이션이 짧으면 안전한 만큼 받는 이자도 적기 때문이다. 캐리 수익이 줄면 중장기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단기 일변도 전략의 한계다.

 

◆ 전략 2: 사다리 전략으로 만기를 나눠라

방향성을 한쪽으로 점치기 부담스러울 때는 만기 자체를 분산하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다리, 즉 래더링 전략이다.

 

사다리의 핵심은 만기를 균등하게 나누는 데 있다. 예를 들어 1년·3년·5년·10년 만기 채권에 25%씩 투자하면 매년 일부 만기가 돌아오고, 그때그때 시장 금리에 맞춰 재투자할 수 있다.

 

장점은 분명하다. 금리가 오르면 짧은 채권의 재투자 수익이 늘어 긴 채권의 평가손실을 메울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긴 채권에서 평가이익이 나 재투자 수익 감소를 보완해준다. 금리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시세 변동 위험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비슷한 결의 전략으로 바벨도 있다. 중기물은 빼고 단기와 장기 양쪽 끝만 보유하는 방식이다. 다만 바벨은 금리 사이클 전반을 길게 가져갈 때 힘을 발휘하는 전략이어서, 인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장기채 비중을 크게 두면 단기적으로는 평가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

 

◆ 전략 3: 변동금리채도 눈여겨볼 만하다

금리 상승 자체를 수익으로 바꾸는 카드가 변동금리채(FRN)다.

 

FRN은 이자율이 CD금리나 국고채 같은 시장금리에 연동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받는 이자도 함께 오른다. 고정금리 채권처럼 가격 하락을 걱정할 필요가 적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기에 직접적인 수혜 상품으로 꼽힌다.

 

다만 금리 변동 위험은 피할 수 있어도 발행자 신용위험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다. 발행자 신용도가 나빠지면 시장은 더 높은 가산금리를 요구하게 되고, 채권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 신용등급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 전략 4: 단기 회사채로 이자 수익을 보완하라

국공채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회사채는 가산금리만큼 표면금리가 높아 이자 수익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만기 1~3년대 단기 회사채라면 듀레이션 위험은 낮추면서도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세제 측면에서 관심을 받는 것이 저쿠폰채다. 표면금리는 낮지만 만기까지 가격이 오르며 생기는 차익이 비과세라는 점에서 절세 효과가 있다. 종합소득세 최고세율 45%를 적용받는 자산가일수록 효과가 더 크다.

 

다만 진입 시점은 중요하다. 저쿠폰채는 금리 상승기 한복판에서는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 통상 금리가 정점에 가까워졌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들어가 만기 보유나 금리 하락 전환기의 매매차익을 노리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인상 사이클 초입에 무리해서 들어갈 상품은 아니다.

 

◆ 전략 5: 현금은 실탄으로 남겨둬라

채권에만 묶일 필요는 없다.

 

은행권 PB들이 자주 강조하는 것도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려두라는 점이다. 단기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파킹통장에 자금을 두면 금리가 더 오를 때 유연하게 갈아탈 수 있고, 시장 조정이 왔을 때 매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특히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시장금리가 높게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이자 부담이 곧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라는 게 PB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 전략 6: ETF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채권을 직접 사기 부담스럽다면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상품명에 '초단기'나 '단기'가 붙으면 변동성이 작고, '30년'이나 '초장기'가 붙으면 크다고 보면 된다.

 

금리 상승기엔 단기채 ETF로 무게중심을 옮겨 두고, 인상 정점이 가까워지면 장기채 ETF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는 식의 운용이 가능하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도 살펴볼 만하다. 예금처럼 만기가 정해져 있고, 만기가 되면 자동 상장폐지되며 원금과 이자가 청산되는 구조다. 여러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효과가 있어 비슷한 신용등급의 개별 채권을 사는 것보다 안전하다. 채권의 안정성과 ETF의 편의성을 함께 갖춘 셈이다.

이성태 stlee@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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