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 종료를 이틀 앞둔 19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 화물선에 발포하고 나포하는 강수를 뒀다.
나포 발표 전에는 모든 교량과 발전소를 폭파하겠다며 협상 타결을 종용했다. 협상 모멘텀 유지와 확전이라는 중대 기로에 놓인 이란과의 막판 회담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다.
다만 이란에서는 현재로선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20일에 협상이 개최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에서 미국의 해상봉쇄를 뚫으려는 이란 화물선을 저지하고 미국 수중에 뒀다고 밝혔다.
'이란 화물선 기관실에 구멍을 냈다'고도 했다. 미 해군이 이란 화물선에 발포하고 나포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이란 해상 봉쇄를 개시한 이후 무력을 동원해 이란 선박을 저지한 사례가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그 전에도 경고방송 등으로 여러 이란 선박을 돌려보냈으나 무력이 동원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앞두고 합의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이란 선박에 발포 및 나포'라는 강수를 택한 셈이다. 협상을 하려면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이란 해상봉쇄를 풀라는 이란에 맞서 오히려 해상봉쇄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팀이 오는 20일 중재국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있을 것이라고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지했다.
이번 협상은 휴전 종료 직전 사실상 마지막 담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더 이상 착한 사람 행세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주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안을 했고 그들이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며 "그러지 않으면 미국은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교량을 무너뜨릴 것이다. 순식간에, 손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전소와 교량 등 민간 인프라 공격에 대해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ABC 방송에서 "군사적 이중용도로 사용돼 온 인프라에 대한 공격·파괴는 전쟁범죄가 아니다"라고 엄호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7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발효,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발표를 통해 종전을 위한 타협점을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를 중심으로 한 대이란 해상봉쇄를 유지하기로 했고, 이란은 그것을 휴전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호르무즈 봉쇄를 재개했다. 이곳을 지나려던 인도 선박들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의 공격을 받고 회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어제 호르무즈 해협에 발포를 하기로 했고 이는 우리의 휴전 합의에 대한 완전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측이 상대방을 향해 '휴전 협정 위반'이라면서 책임을 돌리는 가운데, 미국이 이란 인프라 공격을 강행한다면 8주 차를 맞은 전쟁은 확전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도 미국에 협력해온 걸프 국가들의 석유 인프라를 대상으로 맞불 공격을 할 수 있고, 예멘의 친이란 반군인 후티를 활용해 홍해의 입구이자 또 하나의 국제 해상 수송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의 이목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미·이란의 2차 협상에 다시 쏠리게 됐다. 여기서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유지 여부와 핵물질 반출이 최대 쟁점으로 거론된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 등을 놓고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이란 해상 봉쇄 카드의 '효과'를 확인한 미국은 그것을 활용해 이란의 '핵포기'까지 받아 내려 하고 있고, 이란은 자신들에 대한 해상봉쇄 해제와 협상 재개를 맞바꾸려 하고 있는데, 현재로선 양측 입장의 간극이 확연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선박 나포·발포가 이란 군부를 더욱 자극하면서 협상 재개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협상단이 협상에 맞춰 20일 저녁 이슬라마바드에 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에서는 대표단 파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20일 협상을 밀어붙이다 재차 기습적 공격 재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측의 협상 관련 행보가 공격 재개를 위한 '가시적 명분' 축적을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 이란 측의 의심일 수 있는 것이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여러 이란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한 의도가 전쟁 재개에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종전 협상의 또 다른 축인 이스라엘·레바논 휴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추정되는 세력의 발포로 사상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이란이 종전 합의에 이르기까지 풀어야 할 난제들이 이처럼 얽혀있는 만큼, 양측이 하루 이틀 내 합의를 도출하기보다는 휴전을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나온다.
중재국 중 하나인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외무장관은 "내주 휴전이 끝나고 새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다"며 "휴전이 연장되기를 바라며, 나는 낙관적이다"라고 말했다.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휴전 연장 관련 질문에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