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시대'가 다시 가시화하며 인근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관광객에 의존하며 부침을 겪던 이곳이 '정치·행정 1번지'의 배후 상권으로 탈바꿈하는 모양새다.
20일 찾은 청와대 일대에는 새로운 카페와 식당들이 곳곳에서 문 열 채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인근에서 10년째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대통령실 복귀 소식 이후 새로 점포를 찾는 문의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2022년 청와대 개방 직후 인파가 몰렸던 이곳은 시간이 흐르며 집객 효과가 떨어지자 외국인 관광객 발길에 의존하며 근근이 버텨왔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실 재이전이 확정되면서 상인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궁정동 '청기와식당'의 사장 김광재(63)씨는 가게 바깥에 '청와대·경찰관 근무자 할인'이라는 문구를 큼지막하게 붙여놨다. 1만3천∼1만5천원짜리 메뉴를 식대에 맞춰 1만원으로 할인해준다. 김 사장은 "청와대의 신비감이 떨어진 2023년부터는 관광객 장사가 들쭉날쭉했다"며 "청와대 관련 근무 인원이 4천∼5천명 늘어나면 우리 집에 올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지 않겠느냐"라고 기대했다.
더 발 빠른 곳도 있다. 통의동 '국수명가'는 아예 효자동에 '국수돈가'라는 분점을 냈다. 사장 박용부(65)씨는 "코로나19와 대통령실 이전이 겹치며 상가가 많이 비었다. 이제는 청와대 직원과 경찰 등이 많이 늘어날 것 같아 가게를 하나 더 열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을 따라 용산으로 거점을 옮겼다가 복귀한 집도 있다. 9월 신교동에 다시 둥지를 튼 맞춤양복집 'H 콜렉션'이다. 사장인 20년 차 재단사 백보현(49)씨는 "고객 10명 중 7명이 대통령실과 경호처 직원들"이라며 "단골들과 지근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장사의 원칙"이라고 웃었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뚜렷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기가 얼어붙으며 가게를 내놨던 상인들이 청와대 복귀에 따른 '훈풍'을 예상하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한 중개사는 "매물 10건 중 철회한 경우가 2∼3곳"이라며 "유동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요식업은 기대 심리가 크다"고 귀띔했다. 한 술집의 경우 물가 반영 등을 이유로 권리금을 5천만원 넘게 올리며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상권 재편 과정에서 청와대 앞을 떠나는 가게들도 있다. 20여년간 청와대 인근을 지켰던 한 목욕탕은 2∼3달 전 가게를 매물로 내놨다. 목욕탕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탓으로 전해졌다.
한 빵집은 청와대의 빈자리와 불경기 등이 맞물리며 조만간 폐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빵집의 단골인 주민 서경일(55)씨는 "10년 동안 애용하던 곳인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