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만 젖었는데 보상은 0원…주소·용도·구조 바뀌면 약관도 리셋

  • 등록 2025.12.16 14: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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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겨울철 빈번 보험 분쟁(누수·화재 등) 관련 소비자 유의사항 안내
전세 주택 누수 원인 건물 구조상 하자일 경우 임차인 보험으로 보상 못 받아

 

겨울 한파·강풍으로 누수·화재·낙하 사고가 급증하는 가운데, 같은 사고라도 책임 주체와 약관 구조, 보험증권 기재 여부에 따라 보상 결과가 정반대로 갈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급배수시설누출손해 특약·화재보험·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보험 등 주요 상품의 쟁점 사례를 공개하며 “겨울철 사고 이전에 약관과 증권 내용을 점검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보험 상태’가 될 수 있다”라고 16일 안내했다.

 

전세 아파트 매립배관 동파로 아래층이 침수된 대표 민원에서 임차인은 본인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 보상받지 못했다. 매립배관은 건물 구조의 일부로 임대인의 지배·관리 영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법률상 배상책임이 임대인에게 귀속돼 임차인 명의 배상책임보험의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게 약관·판례 해석이다.

 

임대인이 가입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도 가입 시점과 증권 기재 여부에 따라 보상 여부가 갈린다. 2020년 4월 이전 약관은 ‘피보험자가 실제 거주하는 주택’만 담보하므로 임대주택 누수는 원칙적으로 제외되지만, 개정 약관은 ‘피보험자가 소유하면서 임대한 주택’까지 포함해 보험증권에 해당 임대주택이 명시돼 있으면 동일 사고라도 보상이 가능하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제3자(아랫집·이웃 등)의 신체·재산 손해에 대한 법률상 배상책임만을 보상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아래층 피해가 없는 ‘우리 집만 젖은’ 누수 사고는 구조적으로 담보 대상이 아니며, 예외적으로 아랫집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 배관 보수·누수 탐지비용 등이 손해방지비용으로 일부 인정되는 수준에 그친다.

 

자기 집 수리비 보장은 급배수시설누출손해 특약이 맡지만, 이 역시 급·배수설비·수조·배관에서 발생한 우연한 누수만 대상으로 한다. 건물 외벽 크랙, 옥상·욕실 방수층 노후화 등 구조적 결함으로 스며든 누수는 약관상 ‘급배수시설 외 원인’으로 분류돼 보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체감하는 보장 범위와 실제 약관 사이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이사로 인해 실제 거주 주택이 바뀌었는데도 보험증권상 보험목적물을 그대로 두면, 새 집에서 발생한 누수·화재로 인한 배상책임은 원칙적으로 보상 대상이 아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담보 범위가 ‘보험증권에 기재된 하나의 주택’으로 한정돼 있어, 분양 당시 주소로만 유지하다 지방 발령 후 전세·이사를 동시에 진행한 사례에서 새 아파트 누수는 사실상 무보험 상태로 남았다.

 

화재보험의 경우 위험도 변동에 대한 통지의무 위반은 곧바로 보험금 부지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물 구조 변경·증·개축, 장기 수선공사(계속 15일 이상), 용도 변경, 30일 이상 공실·휴업 등은 상법상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에 해당해, 피보험자가 이를 알리지 않으면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해지 이후 발생한 화재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강풍으로 음식점 앞 이동식 입간판이 쓰러져 주차 차량을 파손한 사례에서, 업주는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있었지만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보험은 보험증권에 기재된 시설의 소유·사용·관리로 인한 사고만을 담보하는데, 입간판이 별도 시설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외부 독립 설치물’이어서 대상에서 빠졌다는 게 보험사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사고의 상당수가 보험을 안 들어서가 아니라, 들어둔 보험이 실제 위험과 약관·증권이 맞물려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미스매치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전·월세 계약, 이사, 상가 리모델링, 간판·시설물 설치 등 ‘위험이 달라지는 순간’마다 설계사나 보험사를 통해 담보 대상과 증권 기재 사항을 재점검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조영신 yscho@ra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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