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칼럼] "무한반복 부르는 노래" 루시드 폴 유니크한 콜라보 앨범 '너와 나'

2020.03.12 01:09:00

 

 

  

루시드 폴의 반려견 보현은 10년을 함께 했다고 한다이러한 반려견의 사진집을 만들어 기록을 남기려다가 목소리의 기록도 함께 남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이 앨범이 시작됐다. 이는 반려견과의 독창적이고 유니크한 콜라보레이션으로 거듭났다. 앨범은 반려견에 대한 그의 사랑과 애정만 담고 있으며 반려견의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행동, 주변 자연의 소리가 담겨 리스너에게 생생한 감동을 전달한다.

 

 

콜라비 콘체르토라는 곡은 반려견이 채소 콜라비를 먹는 아삭거리는 소리를 확보해 완성됐다. 그래뉼러 신서시스(granular synthesis)로 템포와 음의 높낮이를 변주해 신선하고 재미있는 음악으로 승화한 것. 놀랍고 새로운 시도다. 이런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이 진정한 인디 음악인의 자세가 아닐까오랜만에 느껴지는 생기있고 독특한 인디음악을 만났다.

 

 

 

 

루시드 폴의 곡은 그의 세련된 느낌과 색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늘 새로운 시도와 함께 묘한 힐링과 행복감을 더한다다급하게 다가오기보다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천천히 밝아지는 기분 좋은 따스한 햇살 같다. 해당 앨범에서 루시드 폴은 보다 강렬하게 리스너들의 심금을 울린다화려하게 꾸며진 컬렉션이 아닌 섬세한 기술력과 그의 경험과 음악의 애정을 바탕으로 선보이는 루시드 폴’ 브랜드그 자체다음악과 자연의 경계가 모호해 더 차분하고 촉촉하게 감싸는 듯한 포근한 느낌을 선사한다.

 

 

 

 

앨범의 트랙은 한 편의 시이자 수필이다곡 순서에 따라 반려견과의 교감이 고스란히 담기는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산책 갈까?’, ‘길 위’, ‘두근두근’, ‘콜라비 콘체르토‘, ’봄의 즉흥‘, ’읽을 수 없는 책‘, ’눈 오는 날의 동화’,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 ‘불안의 밤’, ‘I’ll always wait for you’, ‘뚜벅뚜벅 탐험대’, ‘너와 나’. 반려견과 삶을 함께 그려 나가는 앨범은 포토 에세이집이다사진과 함께 음악을 들으면 가사가 더 짙게 머리와 가슴에 박혀버린다잔잔하게 다가오던 감정이 순간 격하게 울먹이게 만든다. 

 

 

 

읽을 수 없는 책

켜켜이 쌓인 너의 페이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향기로 날 안아 줄거야

읽을 수 없어도 괜찮아 함께 있잖아

말하지 않아도 우린 함께 있잖아

 

반려동물은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난다끝이 이미 정해져 있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다가올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사에는 반려견에 대한 애틋하고 다정다감하며 따스한 애정이 그대로 묻어 난다. 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이라는 이름의 작은 선물이 된다지금 내 옆에 반려동물을 한 번 더 꼭 안아주고 싶어진다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예정된 헤어짐의 고통좌절두려움으로부터 작은 자유가 허락될 것 같다.

 

인세의 일부는 제주도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된다고 하니 그의 반려견에 대한 마음을 느낄 수 있고 뜻깊은 그의 넘치는 사랑에 감사한 기분마저 든다.

 

루시드 폴은 지난 1993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거울의 노래'로 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인디밴드 미선이로 활동하다 2001년 1집 솔로 정규 앨범을 내며 본격적으로 루시드폴의 이름으로 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서유주 raonnews1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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